우리는 사람을 선발한다고 믿지만, 실은 ‘찰나의 현상’을 마주할 뿐이다

우리는 사람을 선발한다고 믿지만, 실은 ‘찰나의 현상’을 마주할 뿐이다

 

1. 사람을 넘어 '장면'을 포착한다는 것

면접 현장은 한 인간의 역량을 추출해내기 위해 설계된 정교한 ‘행동 샘플링(Behavioral Sampling)’의 장이다. 학계에서 정의하듯, 면접은 지원자가 특정 상황에서 보여주는 ‘장면’을 포착하여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고도의 스킬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면접의 본질적인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면접위원 앞에 서 있는 존재는 그 자체로서의 인간이라기보다, 조직이 설정한 기준이라는 필터를 투과하여 나타난 ‘압축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의 언어는 이보다 훨씬 냉정할지 모른다. 기업은 제한된 시간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조직이며, 면접위원의 사명은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성과를 낼 적임자’를 가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철학적 성찰보다는 명확한 데이터와 단호한 필터링이 더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조직은 성과라는 실질적인 결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집단이다”라는 반론은 여기서 힘을 얻는다.

2. 판단을 잠시 '괄호'에 묶어두는 절제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은 바로 그 ‘확신의 함정’이다. 짧은 대화로 누군가를 완전히 파악했다는 자만은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놓치는 더 큰 비효율을 초래한다. 결국 면접위원이 갖춰야 할 전문성은 냉철한 확신이 아니라, 오판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지적인 정직함’에서 나온다. 전문적인 면접위원은 장면을 포착하는 스킬에 능숙하되, 자신이 본 것이 단지 특정한 조건에서 구성된 ‘나타남’일 뿐임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다.
 
이 지점에서 ‘공감채용’은 감성의 구호가 아니라, 채용을 다루는 고도의 인식 기술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그것은 지원자에게 베푸는 시혜적 친절이 아니다. 평가자가 너무 빨리 결론으로 도약하는 것을 늦추는 장치, 즉 ‘유보(留保)의 제도화’다. ‘판단중지(Epoché)’가 대상을 온전히 보기 위해 나의 선입견을 잠시 괄호 안에 묶어두는 것이듯, 면접에서의 유보 또한 지원자를 특정 유형으로 박제하기 전에 그 존재를 사태 그 자체로 마주하려는 치열한 전문적 절제다.

3. 기업의 인격을 결정하는 마지막 '한 줄'

결국 면접의 품질은 세분화된 평가 항목과 척도라는 정교한 형식을 넘어, 면접위원이 마지막에 남기는 ‘언어의 온기’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역량 부족”이나 “자신감 없음”과 같은 단정적 평가는 데이터가 아니라 낙인에 가깝다. 반면, 관찰 가능한 사실과 지원자가 그 상황에서 내린 선택의 흔적을 존중과 함께 담아낼 때, 사람은 비로소 해석의 대상으로 남을 수 있다. 면접은 점수로 매듭짓는 일이 아니라, 관찰된 현상을 조직의 언어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품격이 확정된다.
 
면접을 잘하는 기업은 사람을 백발백중 맞히는 곳이 아니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잊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기업이며, 그 불완전함 위에서조차 사람을 향한 예의를 지키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줄 아는 기업이다. 결국 면접 현장은 회사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가장 정성스럽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기업의 품격은 면접위원이 책상을 떠나기 전 남기는 마지막 ‘한 줄의 언어’에서 비로소 완성된다.